너무 지저분 했다.
많이 기운을 차린거 같아 그동안 동물병원 다니느라 미뤄오고 직장도 갑자기 바빠져서
미뤄왔던 목욕을 최근에야 할 수 있었다.
항문 주변은 주변 털에는 똥이 많이 묻어 있었고, 원래 흰색인데 하도 먼지가 많이 묻었는지
회색고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였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따듯한 물을 받아 목욕을 시작했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겠지만, 피닉스는 유독 물을 더 무서워했다.
피닉스를 들어 올려서 욕조까지 가는데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피닉스
덕분에 손과 손목 주변이 피닉스 발톱 자국으로 가득했다...
목욕하고 발톱을 정리하려고 했었는데, 다음에 또 목욕할 일이 생긴다면 발톱부터 정리해야겠다.
전쟁이 끝난 줄 알았는데... 2차전이 찾아왔다.
피닉스 몸을 구석구석 씻긴 뒤 비누거품을 제거하려고 샤워기를 켰다.
온도와 물줄기의 세기를 대략적으로 맞춘 뒤 피닉스에게 쏜 순간 놀라 자빠진 피닉스....
내가 다 철렁했다.
어찌어찌 진정시키고 비눗물을 제거하는데... 비눗물이 끝도 없이 나온다...
비눗물이 아기 고양이 피부에 남아 있으면 안좋다는 고양이 샤워젤 사용 설명서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완전히 비눗물이 안나올 때까지 닦고 또 닦았다.
이후 수건으로 피닉스의 물기를 제거하는데... 이것 만으로는 물기를 다 제거할 수 없었다.
결국 헤어드라이기 동원.
제일 약한 온도로 스위치를 켜자 헤어드라이기 돌아가는 소리 또 놀라 자빠진 피닉스...
또 다시 진정 작업 후 몸을 말려주는데... 나도 여기서 한국인 임을 느꼈다.
말려도 말려도 털 안쪽은 만지만 물기가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가장 쎈 바람으로 한번에 말리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 참을 인자를 세기며 결국 다 말렸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목욕을 완료한 피닉스.
목욕 한 번으로 참 많은 것을 느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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