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그리고 나/현세계에 작가로 크는 중인데 생각보다 능력치가 약하다면

34살 뇌출혈 수술 입원기

대찰스 2023. 11. 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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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자다 일어났는데 눈을 떠보니 낯선 천정이 보였다.

 

그 당황스러움을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환자분 일어나셨네요. 여기 어디인지 기억나세요?"

 

푸른색 간호복을 입은 여자가 나에게 건네온 첫 마디였다.

 

"잘 모르겠는데요. 여기 어디에요?"

 

실제로 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여기 XX대 병원 중환자실이에요. 환자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XXX이요."

 

"맞아요. 그럼 이제 오른팔 한번 들어봐 주세요."

 

난 그 간호사에 말에 힘겹게 오른팔을 올렸다.

 

"잘하셨어요. 이번엔 왼팔 들어봐 주세요."

 

왼팔도 힘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들어올리는데는 성공했다.

 

"우선 양팔 감각은 괜찮으신 것 같고, 이번엔 오른다리 한번 올려주세요."

 

오른다리 역시 들어올리는데 힘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왼다리 들어올려주세요."

 

왼다리.... 당황스럽게도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낑낑대며 10cm 가량 들어올릴 수 있었다.

 

내 당황스러워 놀란 표정을 읽은 간호사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지금 오래 누워계셔서 아마 힘이 잘 안들어갈 거에요. 그래도 조금 올라간거 보니깐 팔다리 신경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러니깐 너무 놀라지 마시고 천천히 하시면 되세요."

 

그리고는 플레시 라이트를 꺼냈다.

 

"이 불빛 한번 쳐다봐주세요. 잘보이세요?"

 

눈부신 불빛에 눈을 뜨는게 쉽지 않아 눈물이 찔끔 났다.

 

"동공반사도 정상이에요. 고생하셨고요. 쉬고계세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난 여전이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내가 병원에 있다고?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나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지금 내게 보이는 것은 무언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내 팔과 수액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울음 소리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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